잡담+스타일 나라의 앨리스 읽은대로

제목을 정하는 것도 피곤하다.
하는 것도 없이 피곤하다고 하니 참...
노는데 왜 더 피곤한거야?

1. 사실 논다고 하자니 거의 전업주부의 생활을 하고 있는 자로서 주부의 일은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사실 내가 억울해서 ㅎㅎ) 게다가 조카들을 전적으로 맡지는 않았지만 거의 공동육아와 맞먹는 수준으로 보고 있자면 하루가 그렇게 허무하게 갈수가 없다. 이쯤에서 터울이 짧은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심심한 동질감을 표해본다. 엄마 아닌 고모로서는 택도 없는 엄살일테지만.......
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노는 거... 맞다.
그런데 누구의 말처럼 노는 데에도 내공이 필요하다. 아주 많이......
이번 기회에 내공을 키워볼 것인가 아니면 두 손들고 투항할 것인가(갈데는 있고?) 답 안나오는 고민을 머리터지게 하는라 노는게 노는게 아니게 된다.

2. 스타일 나라의 앨리스를 읽었다.
이 책이 언제 나왔더라. 작년인가 올 초인가 그럴텐데 그때부터 위시리스트에 있었으니 꽤 참은 셈이다.
내가 딴 건 몰라도 보고싶은 신간책에 꽂히면 인터넷 서점 배송도 못 기다리고 집 앞 서점을 뒤지는 사람인데 말이다.
사랑해마지않는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거의 신간을 아주 저렴하게 구했다.
예상대로 쉽게 읽히고 재미있다.
머나먼 옛날 아주 한 철, 기자가 꿈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도움 안되는 눈치는 있어서 일이 아주 세고 고되고 잘하면 보람은 있겠지만 잘못하면 크게 동티가 나겠다 싶은 일이었다. 누가 시켜주지도 않았겠지만 그런다해도 오래는 못 버티겠다 싶어 비굴하게 마음으로만 키우다 고이 접은 꿈 중에 하나.
책을 읽어보니 역시 그런 일이 맞았다.
내 예상이 맞았다고 기쁘지는 않더라.
그래도 버티고 깨지고 환골탈태하면 그렇게 책도 쓰고 얼마나 좋을까... 부럽운 마음이 95%정도.
바야흐로 낭랑18세도 아닌 모든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는 나이를 코앞에 두고도 여전히 진로고민이나 하고 앉았는 사람으로서는 더욱 그럴수밖에.
왜 왜 왜 Why!! 진로고민은 나이가 먹어도 계속되는걸까? 나만 그런거야?
너무 슬플 것 같아 대답은 듣고 싶지도 않다.

3. 그 책에 구두에 관한 이야기가 버티고 버티다가 마지막에 마지못한 듯한 인상을 매우 강하게 어필하며 나온다.
맞다 그 말이. 왜 스타일이 좀 있다 하면, 그런 일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면 꼭 구두를 좋아해야만 하냐는 것.
나는 저 중에 아무것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이라서인지 구두만 보면 눈이 뒤집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세상에 많고 많은 구두중에 왜 내가 사고싶은 구두는 없냐고(내 예산안에서....)묻고 싶은 사람이다.
내가 무슨 작품을 찾고 있는 거냐 하면 또 너무 기본 아이템을 찾고 있다는게 아주 웃기는 일이다.
보수적인 직장을 출퇴근하는 여자도 아니니 뾰족한 스틸레토 힐따윈 365일 중에 하루도 신을 일이 없다.
사실 그런 직장에서 일한다고 그런 걸 신는다는 것도 편견일테지만 말이다.
오히려 그런 힐은 하루 중에 잠깐 친구만나러 혹은 애인만나러 자동차로 도어 투 도어 할 수 있으며 카펫이 깔린 바닥을 걸을 수 있는 조건이어야 구도도 살고 사람도 산다는 거 아주 잠깐만 경험해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참는건지 구두가 참는건지 시멘트 바닥위에 킬힐들은 여전하다.
하긴 책에도 언급된 그 유명한, 구두하면 떠올려지는 최대 연관 캐릭터일 캐리도 뉴욕 시멘트바닥을 뛰어다녔었지 참.
내 취향도 직업도 그것과는 거리가 머니 내가 필요한, 사고 싶은, 사야하는 구두목록을 적어보자면
겨울엔 청바지로 가려지고 레깅스와도 경계선이 도드라지지 않는 검은색 중간 굽의 부티 또는 앵클부츠
여름엔 너무 가는 끈으로 또 너무 가는 굽으로 불안감을 더해 더 덥게 만들어 주지 않을 적당히 발등을 덮고
뒷굽은 높아도 되지만 대신 앞굽을 좀 넣어준 편한 갈색이나 스킨톤의 샌들이 있어야 한다.
올 여름엔 결국 사지 못했다. 구두는 절대 인터넷으로 사지 않는다는 신념을 어길 수 없어서였다.
그리고 한 때 카브라정장 팬츠를 입고 다니던 직딩시절에 즐겨신던 남자신사화처럼 생긴 옥스포드구두다.
역시 주구장창 신었고 앞코에 잡힌 주름이 더이상 멋스럽지 않고 구질구질해 보이기 시작해 작별을 고한지 꽤 된다.
또 하나는 작은 키에 다리도 아주 건강해서 잘 신지 않지만 없으면 서운한 금색 플랫슈즈다.
하지만 절대 발레니나슈즈풍은 아닌 견고하고 강직한 면모가 드러나는 놈이다.
플랫에 많은 돈 투자할 수 없으니 워킹온더클라우드(최근 Gabor로 바뀌었나 그렇다.)에서 몇년 전에 산 녀석을 최대한 아껴신을 계획이다. 이것도 신문 광고에서 보고 찾아가서 샀다. 찾던 것을 머리에 입력해 놓으면 나타나는 즉시 저거다!라는 신호가 와서 좋다.
아주 비싸지만 않다면......
번외편으로 지금 당장 내가 찾는 게 하나 있는데 이게 아주 레어할 것만 같은 아이템이다.
비단 구두!!
비단장수 왕서방 나셨다.
중국풍 자수가 놓인, 특히 전체적으로 아이보리와 베이지여도 되지만 빨강 잔잔한 꽃무늬 정도 뽀인트가 있었으면 하는, 말 그대로
실크 비단 또는 공단소재의 8센티 정도의 굽이 달린 뮬이나 펌프스를 찾고 있다.
대체 그런 걸 어디서 보기는 했냐고?
어느 날, 대단한 창의력 신이 납시어서 무슨 고대 유품전시 사진에서 슬쩍 보고는 내 머리속에서 만들어진 녀석이라고나 할까.
나름 머리 속으로 전면 후면 옆면에 투시까지 시뮬레이션을 거쳐 청바지와 완전 딱이겠다며 물개박수까치 쳤다.
우리 엄마 나름 물욕있는 녀자에다 쇼핑 좀 하신다는 분이지만 저 상상속의 비단구두 얘기 할때는 진심으로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를 봤다. 이제 하다하다 물건을 상상하고 앉았어. 있는 것도 못사면서...
성수동 구두골목의 어느 장인에게 제작 주문하면 똘아이 소리 들을까?
이러고 논다.
이거 백수짓에 내공있는 걸까?
저 목록 중에 올해 구입한 것은 겨울용 구두 뿐이다.
그나마도 천신만고 끝에 샀다.
보면 그냥 흔한 부티내지는 앵클일 뿐이다.
하지만 그건 운동화보다 편한 마법의 구두다.
정자동 아이파크 건물에 부산사투리 시원하게 쓰는 키 큰 언니가 주인인 집이다.
그 언니, 내가 구두 골라 신어보는 꼴 보더니만 "언니 그건 그냥 운동화야."그래서 바로 샀다.
가게이름을 몰라서 이렇게밖엔 설명 못한다.
난 백화점 구두매장을 제일 싫어한다.
왜 구두매장 남자직원들은 그렇게 밖에 손님 응대를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들도 다 사연이 있겠지만 참으로 입장하기 힘든 건 나 뿐인가.
사실 요즘 나는 일주일에 4일은 뉴발란스 운동화 하나면 된다.
연초에 PT받을 때 산건데 어찌나 유용한지 빨지 않아도 되는 색깔까지 아주 딱....
이러니 있는 구두도 신을 일이 없다.
그러면서도 혹시나 아주 비싼 것 중에 꼭 사야만 하는 그놈이 있을까봐 일부러 명품관에 갈 일이 있으면 반쯤 눈을 감고 다닌다.
그 심정 애처롭기 짝이없어 눈물이 난다.
어쨌든 스타일 나라의앨리스를 쓴 심정희씨도 구두를 미치도록 좋아하지는 않는가 보았다.
나로서는 그 정도밖에는 공통점을 찾을 수가 없는 완전 전문직 중견 프로의 성장기 성공담인 책이다.
나도 스타일 좋고 싶고 옷도 잘 입고 싶고 잘 사고 싶고 또 그러자면 몸부터 만들어 놔야된다는 건 알겠지만
지금 상황이 영 받쳐줄 것 같지 않아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 되었다.
있는 것으로 잘 돌려막아 보자면 매일같이 탄천이나 죽어라 파워워킹해서 티쪼가리에 청바지라도 있어보이게 하는 수밖에.
흑.

4. 동지라네. 동지팥죽 먹고 싶다.
마이 페이보릿 서울서 두번째로 잘하는 집의 단팥죽도 먹고 싶고나.
계피향을 킁킁대며 밤을 으깨 야곰야곰 먹고 싶다.
동지팥죽을 더 좋아하지만 나이를 먹어가는 티를 내는지 단팥죽도 가끔 생각난다.
삼청동엔 좁은 길에 사람들에 휩쓸려 다니는 거 피곤해서 발길 끊었는데 겨울맞이로 함 가야겠네.
아, 이촌동에 동빙고 단팥죽은 안 먹어 봤는데 괜찮은가?
머리하러 갈때 들리면 되지만 은근 버스로 2정거장을 가야하니 귀찮더만.
아, 먹고 싶은 거 오래 생각하면 막 어지럽다.
이건 또 무슨 증상일까.
아플 수 없어 아프면 안돼.
난 백수니까.
어제 천일의 약속 막방이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나보더라. ㅎㅎㅎㅎ
후기 댓글에 역시 건강이 제일이에요. 건강해요 우리..막 이런 글이 있어서 웃었는데 웃을 일은 아니다.
내일부터 혹한이 온다는데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니 쫄지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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