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 웃어야 할 타이밍은 어디인가 지극히 사사로운


스텐레스김의 sbs에서의 작품들은 거의 좋아했었다.
그 중 <귀엽거나 미치거나>는 방송을 본 소수의 사람들이 조기종영한 걸 미치도록 아까워하는 전설의 시트콤이기도 하다.
나는 그 좋은 구경을 놓친 사람이다.
나는 <왠만해선 그들을 말릴 수없다>를 제일 좋아했다.
그 땐 정말 캐릭터 하나하나가 웃음주머니를 달고 다니다가 하나씩 풀어주듯이 아주 빵빵...방송분을 캡쳐한 사진만으로도(자막으로 써있는 것만 봐도) 시원하게 웃어제낄 수 있을 정도다.

mbc로 와서 <거침없이 하이킥>을 했을 때 뭔가 엠비씨스러운 세트장면이 왠지 어색해서였는지 <웬만해선..>을 만든 그 사람 꺼라는 느낌이 들지 않아 본방사수한 적이 거의 없었다.
sbs세트와 mbc의 세트는 때론 아주 다르게 보인다.
방송사들만의 색감의 차이일까.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본방보다는 인터넷 기사들로 인기를 실감한 이후에 가끔씩 주말에 몰아서 재방을 보는 것으로 대강의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특징들을 따라잡는 정도였다.
정일우가 상큼하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비호감적인 인물들이 많아서 쵸큼 등한시했다.
마지막에 러브라인들 사이의 슬픈 결별씬, 특히 민용민정커플 나오고 The One의 I do 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장면에서 울고 말았다.
그때만 해도 이것은 시트콤인데 나는 왜 우는가 라는 자인식 때문에 홀로 굉장히 쪽팔려했다.
그렇지만 하이킥 시리즈전반으로 봤을 때 그런 장면은 후의 김피디의 작업을 볼 때 새발의 피였다.
암튼 그렇게 쪽팔린 자의식을 가지고 막판에 불붙어서 쫌 열심이었다.

아쉽게 보내버린 1편때문인지 <지붕뚫고 하이킥>은 캐스팅과정부터 꼼꼼하게 더듬어줬다.
역시 캐스팅이 좀 불안했지만 청승끼 다분한 신세경과 미친양언니 최다니엘의 까칠모범생으로의 이미지변신 그리고 지붕킥의 최대수혜자 황정음의 선방했던 발랄연기로 형만한 아우 형보다 나은 아우라는 평도 들었던 것 같다.
나도 최대한 본방을 사수하고 혹시 놓친다면 주말의 재방송으로 구멍을 메워주는 식으로 열심히 시청했다.
충격적이라고만 하기엔 너무 미안한, 그 전에도 결말이 대단하기로 유명했으니 놀라지 않겠다 마음 먹었음에도 엄청난 트라우마를 남긴 결말이 있어서 그렇지 전반적으로 나름 웃음의 포인트가 있었다.
청승세경에게도 끈질기고 억척같은 모습이 때로 웃기고
실버커플들에겐 숨고 숨기는 또는 민망한 (화장실유머) 상황으로 웃겨지는 상황이 있었다.
빵꾸똥꾸는 말할 것도 없고
오현경의 (글로 배웠어요) 편은 또 다른 전설이다.
정보석의 맹하고 유치한 행동은 아주 자주 웃음을 주었다.
이렇게만 봐도 하루 방송분에서 몇번의 웃음은 쉬웠다.

그런데 이번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어디서 웃어야할지 애매할 뿐이다.
물론 3대가족구성원을 없애서 할아버지도 아이도 없어서라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물론 변명따위 할 필요 없겠지.
내가 보기엔 이미 김피디의 시트콤은 장르구분을 시트콤으로 해놔서 그렇지 이미 기존의 시트콤이 아니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싫으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처음엔 시트콤이라기엔 너무 우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이미 그런 분위기에 젖어 든 것 같다.
유일하게 박하선, 웃긴다.
목소리 톤이나 성량으로 웃기는 건 웬만해선 여배우가 시도하기 힘든데 그걸 아주 제대로 한다.
우어어어~하는 괴물 소리를 그런 곱상한 얼굴로 하니까 더 웃기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번 하이킥을 박하선이 먹여살린다는 소리도 들었다.
유일하게 웃음담당이어서 그런가.
웃음보다는 드라마에 처연함 씁쓸함 비루함을 비벼놓아 보고 있자면 즐겁기는 커녕 한숨과 함께 리모컨을 눌렀던 적이 몇번이던가.
그들의 눈물과 절망이 그들만의 것으로 치부하려 애써도 나와 떨어뜨려 생각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99%로서 왜 세상은 <엘에이아리랑>때보다 <순풍산부인과>때보다 적어도 <거침없이 하이킥>때보다도 나아지지 않는가 하는 한심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김피디 아저씨는 날이 갈수록 독해지는 것인가.
이제는 장르구분따위 개나 줘버리고 제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자기스러운 이야기를 꺼내려나본데 시절이 너무나 하수상하여 보고있자면 시나브로 술생각이 난다는게 문제다.
살자고 살아보자고 웃을 포인트를 애써 찾고 있는 나를 본다.
아 이거 좀 웃기네 웃기잖아 웃겨야 되는데 .....
이야기가 길어지면 괜히 신세한탄으로 깔대기를 댄다.
그러니까 왜 하필 이럴 때 백수가 된거냐며, 그러니까 초저녁에 시트콤도 아닌 시트콤을 보고 말이야.

내내 짠하고 대개 꿀꿀하지만 특히나 압권이었던 최근 몇 장면
1. 고영욱 한강다리위에서 이별을 암시하며 배경음악으로 <스타러브피쉬의 미안>이 나오던 장면
비호감이라고 걸림돌이라고 박하선은 빙신이라고 욕했는데 너무 짠해서 되도 않는 감정이입 제대로 해서 그렁그렁 했었네.
2. 백진희 계상한테 받은 빨간 지갑 분실 사건
남편이랑 재방송보면서 이러니까 부부냐 싶기도 했던 게 그 지갑 잊어버렸다가 찾는 장면의 나레이션을 보면서 이런 장면에서 짠하게 하는게 있다고.... 맞아맞아 했었다. 나는 본방을 보고도 또 본 것이었지만 가슴이 울렁하는 정도의 진동을 느꼈던 장면이었다.

아마도 끝날 때까지 본방사수하게 되겠지만 ( 아, 백수내공 언제 생기냐 진짜) 전작들이랑 달리 봐야할 것 같다.
그냥 처절찌질 비루 로망스드라마 정도 되려나.
러브라인도 첨부터 아주 껄쩍지근한게 이번 결말도 아~주 기대된다.
그래도 김피디님 꼴리는 대로 하시길, 어디한번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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