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안녕-김현진 읽은대로

드라마에 빠지고 싶지 않다.
걱정도 팔자.
다행스럽게도 월화, 수목에 걸린 모든 드라마가 내겐 별로다.
소간지의 수트를 입고 꿰맨 듯한 자태나
공유의 날갯죽지 근육엔 잠시 움찔 했음은 인정한다.
그러나 60분 내내 그것만 보여주지도 않을 뿐더러
60분 내내 그것만 보여주면 또 그게 다큐지 드라마겠냐는.

드라마도 볼 것이 없어 괜히 빈 리모컨질만 하는 건 너무 허무하다.
그러다가 괜히 이것저것 찔끔대면 시간만 속절없이 가버린다.
차라리 자는게 나은데 또 잠은 그렇게 새나라의 어린이처럼 빨리 오는게 아니라서.

쌓아둔 책들 중에서 "뜨겁게 안녕"을 읽었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데 마음이 좀 아파서 쭉쭉 읽지는 못했다.
김현진이라고 에세이를 주로 쓰는 작가다.
가끔 신문에서 칼럼을 읽기는 했지만 정말 에세이스트라는 직업을 가졌다니 신기하다.
약간의 시기심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그녀는 에세이스트라는 이름을 갖게 되기까지 정말 쉽지 않은 세월을 보냈음을 알았다.
참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생각만 많고 행동은 느린 자로서
반성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보다 좀 어린 여자이지만 속은 비교도 안되는 것 같고
일단 경험치면에서 내공이 깊다.
전에 연애관련 책도 읽었었는데 그 글이 분위기 잘 타서 운 좋아 나온게 아니었던 거지.
술마신 것으로만 봐도...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그래서 한 때 "술대장"이라는 이름도 있었던 나조차
저기 발바닥쪽으로 물러나 앉아야 할 정도.
술은 술이고 그게 자랑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서 그녀, 아픔이고 상처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세월은 배신하지 않는 법이다.
글에는 상처가 위트와 함께 공생하며 희한한 재미를 준다.
굳이 자기를 낮춰 얻는 유머가 아닌
오히려 시니컬하려하나 정이 넘쳐서 겪는 여정을 바라보는 짠한 심정이 된달까.
그녀의 곡절많고 사연많고 정도 많은 이웃들과 함께 살아보고 싶은 철없는 생각이 드는 것은 덤이고
그런 생각을 철없이 행동으로 옮기고 싶어도 그럴 수 없어진 현실은 좀 화가 난다는게 흠이다.

분당에 생기고야 만 알라딘중고서점 덕분에
헌책방 인생 시작된 것 같으니
이제 그곳으로 지날 땐 방앗간 지나치기 힘든 참새가 되겠지.
싸다고 야금야금 사대다가 주머니 다 털리겠고.
그리하여 내게 있는 모든 책은 남겨둘 책과 다시 헌책방으로 되돌아 갈 책으로 나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남겨질 것이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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