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후끈 다가온 것 같다가도 다시 가을인가 싶은 바람이 불기도 한다. 종잡을 수 없는게 날씨만은 아니다. 고도로 발달된 사회를 살면서 극강의 불확실성을 경험하는 일이 현대인의 삶인가. 어리둥절함이 디폴트된 인생. 그러면서도 당황하지 않은 척 지내기에 익숙해질 뿐이다.
[쇼다운]은 진조크루의 우승으로 끝났다. 끝까지 우아하고 정제된 움직임으로 응원하는 내 마음을 기쁘게 해준 진조크루가 자랑스럽다. 브레이킹 댄스라는 장르에 대해 알리고 다음 세대가 지금의 월드클라스 자리를 이어받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한 크루들의 마음이 느껴져 괜히 울컥한 밤이다. 그들이 그런 자리를 만들어내기까지 전혀 몰랐으면서 말이다. 역시 세상은 그렇게 묵묵히 자기일을 해내는 사람들로 굴러간다. [쇼다운]이 다른 경연프로그램과 다르게 좋았던 건 괜한 떡밥뿌리지 않고 편집장난질 치지 않고 쓸데없는 드라마 만들지 않아서다. 스트레이트하게, 묵직하게, 정정당당하게 배틀하고 투표한다. 박재범의 입김이든 제작진의 성찰이든 응원한다. 그리고 이 프로를 보지 않았어도 제발 진조크루의 [인생의 회전목마] 영상은 꼭 보기 바란다.
[나의 해방일지]는 끝을 향해 간다. 지난주 세남매 엄마의 죽음으로 대혼란을 맞았다. 좋은 드라마는 인물들이 진짜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기가 막히게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도 친구들이랑은 애써 웃으며 술을 마시다가도 마가 뜨는 어색한 순간이 오고 또 웃으며 옛날 이야기를 한다. 부모가 죽어도 이어지는 일상에 멈춤을 누를 수는 없다. 그렇게 산다. 다들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도,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우리 엄마는 아직 내 차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 적응을 할래야 할수가 없는게 운전을 해야 말이지. 새차라서 부담되고 낯설어서 더 그렇다. 이래선 영 운전은 못하겠다 싶었는지 지난 주말 세차하고 주유하러 가는 길을 엄마가 해보겠다고 나섰다. 여전히 덩달아 긴장하는 나, 그럴 일이냐 싶다가도 엄마 나이가 얼마더라 싶고 그렇다고 벌써 운전대 놓을 나이는 아니지 않나 싶은 마음의 갈대. 그날 밤에 저 드라마를 보고 남의 엄마, 그것도 드라마에 나오는 엄마 죽었다고 같이 울고불고 하며 드라마에 초집중하고 있는데 엄마가 나와서 "근데 파워를 누르고 뭐를 누르라고?" 물었다. 방금 엄마가 저렇게 갑자기 죽으면 나는 어쩌지, 같은 생각으로 목구멍이 아프게 울컥대다가 진짜 내 엄마가 나와서 물어보는데 " 아니 엄마, 파워를 누르고 기어를 드라이브에 놓으면 간다니까~"라고 짜증을 내는 나란 년. 못되고 못됐다. 그러고 나서 정작 엄마는 웃으며 들어갔는데 나는 드라마 내용과 상관없이 나란 년땜에 한참을 더 휴지 뽑아가며 울었다.
다중인격도 아니고 이렇게 널을 뛰는 인간으로 언제까지 살아가야 되나 싶다. 공감을 하질 말던지 감정컨트롤을 하던지 무디던지. 다른 사람의 감정이 너무 느껴지고 거기에 반응은 있는대로 올라오고 눈물은 내 의지로 조절되는 부분이 전혀 아니다. 딱히 착하게 보는 사람은 없지만 생각보다 못돼먹는 인간인건 나만 알고 싶다. 아니 알려져도 괜찮은데 알려져도 먹고 살만큼 대단한 사람은 아니니까 일할 때는 가면을 써야 한다. 착한 척 하다보면 그렇게 되기도 하려나. 요즘 몸생각해서 자중하고 화내지 않고 내딴에는 전에없는 친철함을 장착했는데 그게 왠지 나이브함과 동일하게 느껴져서 고민이 된다. 제대로 일을 안하는 느낌이랄까. 부드러운 단호함같은 건 정말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 세계의 환타지일까. 어쩌면 단호함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지도. 그냥 내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아이템인가. 아이고 의미없다.
병원에서도 눈물바람 한 사연 또 하나. 병원투어하려고 작정을 했다가 두 군데 가보고 넉다운. 그 중 대학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오랜만에 가보니 역시나 정이 뚝 떨어지는데 가뜩이나 나른하고 성의없는 말투의 의사를 만나서 마음이 상한데다가 가는 곳마다 번호표를 뽑고 또 뽑고 기다리기를 반복, 마음은 복잡한데 주사실은 앞으로 40분이상 대기인 더 복잡한 상황. 나는 출근까지 여유가 있었지만 같이 온 남편은 일 땜에 오후에는 출근을 해야해서 주사실 앞에서 헤어졌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남편을 보다가 내 설움에 눈물이 터져 병원 화장실에 들어가 한참을 꾹꾹 눈두덩이를 눌러야 했다. 눈물주책은 언제 멈추는가 아니면 나이 먹을수록 더하는건가. 아, 젠장.
텐션 올려보려고 양과자도 시켜보고 술도 마셔보는데 맛이 예전같지 않다.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다 부질없어" 시기가 도래했다. 나름 수술을 앞두고 있는 것이니 이참에 몸관리나 해야 하나. 그래도 신상 술리뷰에는 눈이 돌아가는 걸 보면 아직은 버리지 못하는 취미. 아, 요새 버터맥주가 맛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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